송고시간 2026-09-22 00:29
국제탐사보도 “추방국에 직접 자금 지원·국제기구에 관련 예산 배정도”
국무부 ‘재이주 사무소’ 주도…WP “난민 재정착서 추방으로 정책 전환”

(서울·워싱턴=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이유미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를 출신국이 아닌 제3국으로 추방하기 위한 각국과의 합의에 최소 4억1천만 달러(약 5천630억원)를 투입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 같은 방식으로 제3국으로 추방된 사람은 2만5천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에 기반을 둔 탐사보도단체 ‘포비든 스토리즈’가 15개국 26개 언론사와 6개월간 진행한 공동 탐사보도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됐다고 AF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를 신속하게 제3국으로 보내기 위해 이들을 받아들이는 국가에 최소 4억1천만 달러의 자금을 직접 지원하거나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을 약속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13개국 정부에 직접 지급하기로 한 금액은 총 8천100만 달러로 확인됐다.
제3국의 난민·기반시설 사업 등을 위해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에 1억7천900만달러, 유엔난민기구(UNHCR)에 1억2천400만달러의 보조금 지원도 배정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제3국으로 추방된 2만5천여명 가운데 약 2만명은 멕시코로 보내졌으며, 나머지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태평양 지역 등 27개국으로 분산돼 추방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러시아·이란·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들을 코스타리카로 보내거나, 베트남·라오스·쿠바·자메이카 출신 이민자들을 아프리카 에스와티니로 추방하는 등 추방 대상자와 연고가 없는 국가로도 이들을 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카메룬은 지난해 12월 추방자 수용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정 체결 일주일 뒤에 카메룬은 5년간 약 4억달러(5천490억원) 규모의 보건 지원 프로그램에 서명했다.
미 국무부는 올해 1월 난민의 자발적 귀환을 촉진하고 불법 이민을 근절한다는 목적으로 카메룬에서 활동하는 UNHCR에 추가로 3천만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체류자가 처음으로 카메룬에 도착한 시점은 지난 1월 14일이었다.
에스와티니의 경우 협정에 따라 500만달러를 지원받고 총 160명의 불법 체류자를 받기로 했으며, 지난해 7월 이후 현재까지 32명을 수용했다. 수용 인원 중에는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제3국과 이 같은 합의를 주도하는 조직은 미 국무부 인구·난민·이주국(PRM) 산하에 약 15명 규모로 설치된 ‘재이주 사무소'(Office of Remigration)다.
이 조직을 이끄는 크리스티안 에르하르트 국무부 수석 부차관보 대행은 지난 6월 코트디부아르와 감비아, 기니비사우, 토고, 가봉 등을 잇달아 방문해 각국 정부가 자국민이 아닌 미국의 추방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했다.
WP는 이 같은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강경 이민 정책을 주장해 온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추진됐다고 전했다.
제3국 추방과 연계된 자금을 받은 국제기구들은 미국의 이민 정책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선을 그었다.
UNHCR은 포비든 스토리즈 측에 자신들은 양자 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며 미국의 지원금은 망명 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UNHCR의 임무에 맞춰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IOM 대변인은 기금 수락 결정은 “우리의 개입이 이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냐는 단 한 가지 질문에 달려있다”며 “우리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WP는 국무부의 재이주 사무소 설치·운영이 난민을 미국에 재정착시켜온 오랜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이들을 미국 밖으로 추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이례적인 전환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또 사무소 명칭인 ‘재이주'(remigration)를 두고도 해당 용어가 소수 인종과 이민자의 추방을 주장하는 유럽의 백인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널리 사용돼 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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