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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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의 새 과제…전쟁용 콘텐츠 규범 만들라

“전쟁시 맥락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절차와 원칙 필요”

메타플랫폼의 로고
메타플랫폼의 로고[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최근 곤욕을 치렀다.

메타는 자사 플랫폼들에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죽음을” 같은 과격하고 선동적 표현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러시아에서 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다.

러시아 법원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극단주의 조직’으로 지정해달라는 검찰 요청을 수용하면서 이들 플랫폼을 차단한 것이다.

메타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혼선을 바로잡겠다”며 푸틴 대통령이나 다른 국가 지도자에 대한 암살을 촉구하는 게시물은 여전히 올릴 수 없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침공을 언급하는 맥락에서만 침략군을 상대로 한 위협·협박 게시물을 올릴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과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의 보도 흐름을 보면 이 문제는 메타가 우크라이나에서만 슬그머니 이런 폭력적·협박성 콘텐츠를 일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가 이런 사실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일이 꼬인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규정을 얼마나 완화할지 제대로 교통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보도가 나갔거나, 실제와는 다소 달리 보도된 뒤 교정 시도에 나섰지만 끝내 차단 처분을 받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플랫폼들은 기민하게 대처했다. 구글은 러시아에서 광고를 받지 않기로 했고, 유튜브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인하거나 이를 사소한 일로 치부하는 동영상을 삭제하기로 했다.

트위터는 러시아 국영 언론매체의 기사에 대한 링크가 있는 트윗을 추천하지 않기로 했고, 틱톡은 러시아에서 동영상 게시를 잠정적으로 중단시켰다.

WP는 “전체적으로 보면 대형 소셜미디어들은 침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이례적인 자발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로부터 차단·금지당하는 대가를 치르면서도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이용자 및 이들과 전 세계 민주 정부들 간 유대에 대한 책임을 우선시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의 로고를 배경으로 끊어진 인터넷 케이블
유튜브의 로고를 배경으로 끊어진 인터넷 케이블[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가운데 메타가 겪은 혼선과 곤욕은 전쟁이란 극단적 상황에서 콘텐츠 감시 규정을 재정비하려는 대형 소셜미디어들이 마주친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틱톡 같은 대형 소셜미디어들은 그동안 큰 사건을 겪으면서 콘텐츠 감시 규정을 다듬어왔다.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으로 테러 상황에 대한 지침을 갖게 됐고, 2016년과 2020년의 미국 대선을 거치면서 선거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했다.

3년째로 접어든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도 공중보건·전염병에 대한 콘텐츠 지침 기준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

메타가 우크라이나에서 콘텐츠 감시 규정을 일시적으로 완화한 조치에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메타의 국제업무 사장 닉 클레그는 규정 변경의 배경에 대해 표준적인 규정을 적용하면 침공한 러시아 군대를 상대로 저항과 분노를 표출하는 일반 우크라이나인들의 콘텐츠까지 모두 삭제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전쟁 상황의 특수성은 일부 규정을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예컨대 시신이나 살인과 같은 생생한 폭력을 담은 콘텐츠는 평시라면 당연히 금지 대상이겠지만 전시에는 전쟁범죄의 핵심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를 삭제하는 것은 외려 이런 잔혹 행위를 부인하려는 이를 돕는 일이 될 수 있다.

반면 전에는 페이스북에서 단속 대상이었던 네오나치 성향의 우크라이나 민병대인 아조프 연대를 찬양하는 게 이제는 허용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서방과 러시아 간의 정보전에서 소셜미디어는 전쟁의 진실을 들추고 참상을 알려 국제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이 전쟁은 동시에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도전이 되고 있다. 전쟁 상황의 특수성을 콘텐츠 감시 규정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지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 문제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에머슨 브루킹 수석 연구원은 이들 소셜미디어 기업에 필요한 것은 모든 분쟁 상황에 통용될 수 있는 엄격한 규칙들이 아니라 전쟁이 터지면 융통성 있게, 맥락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전시(戰時)용 절차와 원칙이라고 WP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