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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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호의 내 인생의 책

① 윤봉길 전기

EBS 허성호 PD

한국의 위인전에 대해 미화·과장된 이야기라는 비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전기라는 장르 자체를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

인물을 통해 당대의 역사에 관심이 생기고 아주 어린 나이에도 ‘내 취향의 인물’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다.


윤봉길 전기가 인생 제1의 책이 된 이유는 유별난 부모 덕이다. 자녀들이 백범 김구 선생의 정기를 받고 태어나길 바라던 부모의 희망 덕분에 우리 삼남매 모두 백범의 사저 ‘경교장’에 있는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에서 태어났다.


가족여행을 가더라도 반드시 주변의 독립운동 사적지를 들르시던 아버지, 어머니의 손을 잡고 6세 때 충남 예산에 있는 윤봉길 생가에 방문한 것이 윤봉길이라는 인물과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부모님으로부터 각종 윤봉길 관련 서적들을 선물받았다.


이는 훗날 내가 부모로부터 받은 인생 최고의 선물이 됐다. 한국 독립운동 사상 가장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고, 동시에 개인으로서는 가장 잃은 것이 많았던 25세 청년의 삶은 감히 흉내 낼 수도 없는 사표(師表)가 되었다. 역사전문 PD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30여년 동안 윤봉길의 마음을 헤아려보려 노력해온 덕분이다. 비록 그와 피가 섞인 사이는 아니지만 그 유족 이상으로 말이다.


역사는 다 나름의 쓸모가 있다. 만일 내 아이의 마음을 좀 더 단단하게 키우고 싶다면 책과 가족여행, 대화를 통해 윤봉길의 25년 인생을 소개해보길 권한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25세 이후의 수명은 ‘보너스’라 여기는 것, 나보다 ‘쫄보’인 윗사람에게 마음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B.K. Story <저자: 허성호>

매헌 윤봉길

(1908년 6월 21일 ~ 1932년 12월 19일)

1932년 4월 29일 금요일. 중국 상하이에는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말쑥한 양복에 중절모를 쓰고 홍커우공원으로 들어서는 청년 신사의 어깨에는 물통이, 한 손에는 도시락을 싼 보자기가 들려있었다.
1만 명이 넘는 군중이 운집한 이날 홍커우공원에서는 일본 국왕 히로히토의 생일을 축하하는 천장절(天長節)을 겸해 일본의 상하이 침략을 기념하는 일본군의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제1부 행사인 관병식이 끝나고 오전 11시 30분부터 본행사가 시작됐다. 기념식 무대 위에는 일본 육군대장인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 등 일본의 상하이 침략의 주범 7명이 서 있었다.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君が代)를 제창하며 엄숙한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자 청년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땅에 도시락을 슬며시 내려놓고 어깨에 메고 있던 물통을 들고 무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5m 앞까지 다다르자 무대 위를 향해 힘껏 물통을 던졌다.
거대한 지진이 일어난 듯, 하늘과 땅을 뒤흔들고 고막을 찢는 폭음이 들렸다. 무대는 침략자들의 생지옥이 되었다. 청년의 물통과 도시락은 무대를 깊이 뚫어버릴 정도의 고성능 폭탄이었다. 이 사건으로 시라카와 대장이 사망하는 등 중국 침략의 수뇌들은 치명상을 입었다.
이 청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인애국단(韓人愛國團) 소속 윤봉길(尹奉吉). 일본의 가혹한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조선의 충청남도 예산 출신의 25세 젊은이였다. 세계를 놀라게 한 이 상하이 의거에 국내외의 한인 동포들, 특히 미국 교민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열렬한 재정적 지원과 성원을 보내주었다. 꺼져가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한국 독립운동의 불씨를 되살린 윤봉길은 비록 일본의 잔혹한 고문 끝에 총살형으로 25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13년 후 해방된 조국,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대한 독립운동가이자 청년 정신의 상징으로 부활해 영원(永遠)을 살고 있다.

윤봉길 의사
(왼쪽) 백범 김구 (오른쪽) 매헌 윤봉길
기념식 무대 위에는 일본 육군대장인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 등 일본의 상하이 침략의 주범 7명 서 있다. 윤봉길 의사가 전쟁 범죄자들을 향해 의거한 현장사진 (왼쪽) 의거 전 사진 (오른쪽) 의거 후 사진

*의거 [義擧]: 정의를 위하여 개인이나 집단의 의로운 일을 도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