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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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기생충, ‘백인상 오명’ 오스카도 바꿔놓다

비주류 배척하던 오스카에 결정적 터닝포인트…’편협한 시상식’서 ‘글로컬’로
칸부터 오스카까지 주요영화제 석권…흥행·영화제·평단 ‘세마리 토끼’ 한손에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1인치 자막의 장벽과 완고한 오스카 전통을 깨는 데는 한 세기가 걸렸다.

    봉준호 감독이 마침내 ‘언어의 장벽’과 백인 중심의 오스카 역사를 딛고 영화 ‘기생충’으로 마침내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거머쥐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다.

    아카데미 수상은 101년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이며, 92년 아카데미 역사도 바꿔놓았다. 오스카 역사상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최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것도 199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마티'(1955년 황금종려상, 1956년 아카데미 작품상) 이후 64년 만으로, 역대 두 번째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CJ ENM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칸 황금종려상부터 오스카까지…수상 퍼레이드
    ‘기생충’의 국제영화상과 각본상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작품상과 감독상까지 받을지는 장담할 수 없던 분위기였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왔다.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미국배우조합(SAG) 앙상블상, 작가조합(WGA) 각본상, 미술감독조합(ADG) 미술상, 편집자협회(ACE) 편집상까지 미국 영화계 주요 직능단체가 주는 최고상 가운데 4개 상을 휩쓸었다. 주요 수상 목록이 늘수록 외신들도 ‘기생충’을 주목하며 샘 멘데스 감독 ‘1917’과 아카데미 레이스의 선두주자로 꼽기 시작했다.

    그러나 외국어영화가 작품상을 받는 것은 전례가 없기에 ‘오스카가 과연 새 역사를 쓸지, 아니면 기존 전통을 고수할지’가 올해 시상식 관전 포인트였다.

    더구나 ‘1917’은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미국 전쟁 영화이고,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지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데다, 아카데미 전초전인 미국제작자조합(PGA)상과 감독조합(DGA) 상을 받아 여러모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아카데미상은 영어권 영화를 중심으로 시상하는 미국 영화상으로, 예상을 크게 벗어난 의외의 선택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생충’의 선전은 ‘이변’으로 꼽힌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미국의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1979)을 예로 들었다. 베트남전을 다룬 반전 영화인 이 작품은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이듬해 아카데미에선 촬영상과 음향믹싱상을 받는 데 그쳤다.

    전 위원장은 “그해 ‘지옥의 묵시록’에 비견될 만한 작품들이 없었는데도 주요 부문 상을 받지 못할 정도로 아카데미는 주류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한다”면서 “‘기생충’이 주류 사회에 대한 비판, 가진 자들의 허위의식을 비판한 영화임에도 최고상을 준 것은 아마 전무후무한 기록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백인 일색 편협한 시상식’ 오명 벗고 ‘글로컬’로 변화
    아카데미가 ‘기생충’에 (작품상을) 안긴 것은 화합과 균형, 다양성 등에 무게 중심을 둔 최근 변화의 흐름과 관련이 있다. 지난 3년간 작품상 면면을 보면 변화의 징후가 읽힌다.

    2017년 흑인 동성애자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문라이트’가 백인 예술가들의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를 꺾고 작품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종(種)을 뛰어넘는 사랑을 그려낸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이, 2019년에는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사의 우정을 다룬 ‘그린 북’이 각각 작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감독상·촬영상·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의 영화평론가 카일 뷰캐넌은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으로 아카데미가 ‘백인 일색의 편협한 시상식’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게 된다”고 썼다.

    전찬일 평론가는 “아카데미는 정통적으로 보수성을 띠었지만, 최근 3년간은 인종차별과 미국 고립주의로 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노선에 반기를 드는 결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그런 변화의 흐름 정점에 ‘기생충’이 있다고 분석한다.

    전 평론가는 “올해는 아카데미가 국제(global)와 현지(local)를 아우르는 글로컬(glocal) 영화상으로 가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기생충’
[CJ엔터테인먼트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기생충’ 세계 영화 역사에 손꼽을 작품
    ‘기생충’은 영화제와 평단, 대중적 호응까지 모두 사로잡은 보기 드문 작품으로 평가된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 북미 수익은 9일 기준 3천437만달러(410억원)이며, 전체 글로벌 수익은 1억6천426만달러(1천960억원)에 이른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 비평 지수는 99%다. 세계적 영화 사이트인 IMDB 관객 선정 ‘최고 평가 영화(Top Rated Movies)’에선 전 세계 250편의 작품 가운데 26위에 올랐다. 아시아 영화로는 일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7인의 사무라이'(195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위다. 1위는 ‘쇼생크 탈출'(1994), 2위는 ‘대부'(1972)다.

    ‘기생충’은 빈부 격차, 불평등, 자본주의 폐해, 인간의 존엄성 등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메시지에다 재미와 반전마저 담아 전방위적인 호응을 얻었다.

    전양준 위원장은 “뛰어난 작품성을 지니면서도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모든 영화감독의 꿈인데, 전 세계 영화사에서 그런 위업을 달성한 감독은 봉준호 이외에 ‘벤허’ 윌리엄 와일러 감독 등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