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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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와 ‘동백꽃’, 임상춘이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

“주인공 외에 조·단역까지 서사 부여하며 현실감 높여”
거액 제작비·호화 캐스팅 대작 속 돋보이는 ‘정통 이야기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KBS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네가 있는 데가 너한테 ‘메이저’ 아냐? 그냥 더 가슴 뛰는 거 해.”(‘쌈, 마이웨이’의 고동만)
    “생일 모르면 만날 생일 하면 돼요. 내가요, 만날 생일로 만들어 드리면 돼요. 동백 씨의 34년은요, 충∼분히 훌륭합니다.”(‘동백꽃 필 무렵’의 황용식)
    KBS 2TV ‘백희가 돌아왔다'(2016)부터 ‘쌈, 마이웨이'(2017), 그리고 최근 시청률 16%(닐슨코리아)를 돌파하며 인기리에 방영 중인 ‘동백꽃 필 무렵’까지, 임상춘 작가의 가장 큰 힘은 ‘소외계층에 건네는 위로’에 있다.

    ‘백희가 돌아왔다’의 양백희(강예원 분)도, ‘쌈, 마이웨이’의 최애라(김지원)도,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공효진)도 험난한 세상에 치이고 또 치여 자신의 가치를 잊었던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를 통해 자아를 되찾는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KBS 제공]

    대표적으로 ‘동백꽃 필 무렵’의 황용식(강하늘)이 싱글맘 동백에게 하는 대사들은 곧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과도 같다.

    폐쇄적인 시골 옹산에서 ‘술만 파는’ 주점을 운영하는 싱글맘 동백은 씩씩한 척하지만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며 속은 곪을 대로 곪은 인물이다. 별것 하지 않아도 늘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는, 기차역 분실물보관소 직원이 되는 게 꿈이라는 그는 용식을 만나면서 자신도 진정 동백꽃처럼 활짝 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쌈, 마이웨이’도 플롯은 같다. 태권도 선수를 꿈꾸지만 현실은 진드기 잡는 업체 아르바이트생인 동만, 아나운서가 되고 싶지만 백화점 안내원 일을 하며 온갖 ‘갑질’을 당하는 애라. 두 사람은 서로의 격려 속에 각각 격투기 선수와 격투기장 아나운서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임 작가는 또 “모두가 주인공을 볼 때 우리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한 보험회사 광고 카피처럼, 주인공들에게만 애정을 모두 주지 않는다.

    최근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향미(손담비)의 서사가 주목받는다. ‘발랑 까진 인물’인 것만 같았던 그는 이민 간 남동생 생활비와 할머니 병원비를 조달하기 위해 주점 ‘까멜리아’에서 끊임없이 돈을 부쳐주고 있었고, 그런 헌신에도 결국 가족에게 외면당하다 ‘까불이’에게 죽음까지 맞았다.

    향미 스토리가 방송된 후 “기억해주는 이 없이 향미처럼 간 사람들에 대해 연민마저 들게 해주는 작가의 인간애에 감명받았다”는 시청 후기가 줄을 이었다.

    이 밖에도 게장 골목에서 일하는 용식 어머니와 동네 사람들 면면 역시 드라마 배경이 된 포항 구룡포마을에 가면 실제로 만날 수 있을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쌈, 마이웨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쌈, 마이웨이’ 때도 임 작가의 이러한 특기는 빛을 발했다. 동만-애라 서사 외에 ‘서브 커플’이던 김주만(안재홍)-백설희(송하윤) 장수 커플의 속사정과, 심지어 애라의 엄마 황복희(진희경)의 서사까지 우리 주변 인물을 보듯 현실감 있게 다뤄졌다.

    그러나 인물 하나하나에 서사를 담는 장치는 인위적인 장치가 아닌, 말 그대로 임 작가 특유의 ‘인간애’에서 자연스럽게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9일 통화에서 “임 작가의 작품은 일관되게 소외된 자들에 대한 위로를 담는다”며 “쌈, 마이웨이’가 ‘쌈마이’이지만 ‘마이웨이’를 가는 청춘들을 위로했다면 ‘동백꽃 필 무렵’ 역시 본인이 활짝 피어날 수 있는 꽃인데 사회적 편견에 걷힌 동백에 ‘직진남’ 용식이가 나타나 동백을 활짝 피게 해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외된 인물을 세우고, 그 옆에 사랑하는 사람을 배치해 자신 본연의 모습을 찾도록 도와주는 임 작가 작법은 시청자들에게 위로가 된다. ‘동백꽃 필 무렵’의 경우 용식이가 촌스럽고 순박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러한 ‘돌직구 위로’가 더 감동을 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외된 걸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임 작가 성향은 엑스트라, 조·단역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KBS 제공]

    임 작가의 곧은 심지는 수백억 원이 투입된 대작, 초호화 캐스팅을 내세운 드라마, 넷플릭스 등과 동시 방송을 내세우며 ‘글로벌 트렌드’를 강조한 작품 등 ‘있어 보이는’ 작품 속에서 더 대조를 이룬다.

    정 평론가는 “임 작가 작품들은 최근 트렌드와는 정반대 흐름을 보여준다. 소소한 그림 아래서도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는 것, 결국 작품 완성도는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것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근래 등장한 신인 작가 중 스타 중견 작가들 사이에서도 유일하게 필력을 인정받는 ‘보물’이기도 하다.

    한 스타 작가는 “임 작가는 휴먼과 스릴, 따뜻함과 긴장감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며 “선배 작가가 아닌 ‘팬심’으로 차기작을 기다리게 만드는 작가”라고 칭찬했다.